우리는 무엇 때문에 오징어 게임에 열광했는가.
지난 9월 24일, 나는 눈을 의심했다. “세상에, 보그에서 먼저 연락이 오다니?”
고어한 장르를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에 대한 단편적인 클립들만 주워보던 중, 그동안 케이팝 아티스트들을 위해 틴보그에서 함께 일했던 케이시 윌리엄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오징어 게임에 완벽히 매료된 듯했고, 내게 취재를 원한다고 이야기했다.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이 사실을 바로 넷플릭스에 알렸고, 담당 매니저들의 도움으로 가장 핫한 정호연과 위하준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위하준 인터뷰는 별도 업로드) 이 프로젝트를 위해 나는 뇌가 쏟아지는 장면을 비명과 함께 참아가며 모든 에피소드를 시청했다.
“나는 스토리보다 감정선에 열광한다.”
모든 에피소드를 끝마치고 든 생각이었다. 아니 어쩌면 여러분들이 곧 보게 될 정호연과 나눈 대화에서 느낀 걸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이 오징어 게임에 대한 성공을 논할 때, ‘이색적인 체험’, ‘넷플릭스의 인프라’ 등 다양한 요소들을 손에 꼽지만, 나는 배우들의 감정선에 완벽히 매료됐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새벽’역의 정호연은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데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정호연과 짧다면 짧을 수 있는 30분간의 대화 끝에 도달한 생각은 ‘사랑받기에, 충분한 사람’이다. 그녀는 사랑이 가득했고, 그것이 가진 힘으로 제 일과 삶을 지탱하고 유지한다.
인터뷰에 들어가기에 앞서,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 프로젝트가 보그에서 뉴욕 매거진의 Vulture로 넘어가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이 프로젝트를 위해 애써준 모든 이들에게 사랑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오징어게임속 새벽의 투지와 결단력, 그리고 동생에 대한 사랑이 그녀를 사랑받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이 인터뷰를 하기위해 앉아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호연의 확고한 침착함은 새벽이라는 캐릭터를 상상하기 쉽게 만든다. 새벽을 연기한 호연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으며, 인터뷰 하는 동안 그녀는 내 칙칙한 컴퓨터 액정을 16:9 프레임으로 환히 밝혀주었다.
– 케이시 윌리엄
![](http://pressreels.com/wp-content/uploads/2021/12/248601310_624715938539528_2559326641395377355_n.jpg)
Talk with Hoyeon.
Editor: 2016년에 모델 일을 위해 한국을 떠났다가, 오징어 게임 촬영을 위해 다시 돌아온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어떻게 바뀌셨나요?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성장하거나 바뀐 부분이 있을까요?
Hoyeon Jung: 제가 해외 모델 활동하러 나갔을 때, 지금도 계속 이야기하는 게 해외에서 활동했던 모든 시간이 제 성격인 취향에 변화를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베이스를 뉴욕에 두고 활동했지만,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각국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깊어졌어요.
한국에서만 일할 때는 인정받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집중이 되어있었던 것 같아요. 해외에 나가서 그런 것들을 느끼면서 ‘나는 뭘 좋아하지?’를 고민했어요. 그런 점들 때문에 연기에 관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제가 해외에서 활동하지 못했다면 연기를 시작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인간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많이 성장했던 때라서요.
Editor: 연기를 시작하면서 달라진 가치관이나 사고관이 있을까요?
Hoyeon Jung: 사실, 연기를 시작하면서 ‘WHY’ 라는 질문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연기를 하기 전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 그랬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왜 그럴까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는데, 연기를 시작하면서 인간에 관한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 사람이 왜 그랬어야 하는지, 왜 그런 선택 했는지, 왜 그런 말을 했는지에도 신경을 쓰다 보니 인간관계도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어떤 문제에 관해 대화하고 해결하면서 감정적인 충돌보다는 더 부드러워진 방법으로 해결하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예전과 같이 지금도 힘들지만, 해결하는 방식이 부드러워지는 것 같아요. 이해를 하는 사람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Editor: 새벽의 연기는 감명깊었어요! 새벽을 연기할 때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나요? 새벽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포커스 했던 부분이 있나요?
Hoyeon Jung: 새벽의 모든 대사 뒤에 숨어서 새벽이의 진짜 감정과 가짜 감정이 무엇인지 구분하고 살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캐릭터에 대한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새벽이가 겪어야 했던 모든 날들에 대해서요. 한국에 도착한 날, 가족들을 화재로 잃은 날… 새벽이의 일상 일기를 쓰면서 저는 표정뿐만 아니라 뭔가, 내 안에 새벽이라는 새로은 페르소나를 만들고 관점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심지어, 액션 시퀀스를 위해 무술을 훈련하고 북한 사투리도 배웠어요. 제 개인적인 노력과 함께 많은 분들께서 도와주셔서 새벽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한 것 같아요.
사실 첫 촬영을 하는 날까지도 새벽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촬영을 하면서 실제 경험이 쌓이니까 더 새벽이랑 가까워 진 것 같아요. 무언가 하나에 대해서 포커스했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냥 새벽이와 함께 했던 그 시간이 쌓여서 지금의 새벽이가 탄생한 것 같아요.
Editor: 와! 일기장이 너무 궁금해요! 공유해주실 수 있나요?
Hoyeon Jung: No. I can’t … It’s just like … Too shy! [그리고 손 뒤에 숨는다 ]
Editor: 너무 귀여우세요!
촬영은 끝났지만 강새벽을 연기하면서, 삶과 자기 자신, 혹은 감사한 것들 등에 대해 중요한 교훈을 얻은 것이 있을까요? 새벽이와 같은 복잡한 캐릭터는 연기 이후에도 본인에게 잔상처럼 남아있을 것 같아요. 강새벽이 정호연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을까요?
Hoyeon Jung: 새벽이가 나에게 가르쳐준 가장 큰 교훈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는 것 보다 남을 위해, 남을 위해 살 때 강해진다는 거예요. 그것이 제가 겪은 가장 큰 개인적 변화인 것 같아요! 모델 생활하는 동안 다른 사람이나 가족, 친구를 진심으로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책임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새벽이를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가족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캐릭터였다는 거예요. 스스로 계속 물어봤던 것 같아요. “내가 새벽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새벽이의 내면을 알게 되고 다가갈수록 새벽이는 나를 강하게 만들고 좋게 변화 시켜준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느낄 정도로 가족과 친구들을 더 아끼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무슨 대화를 하거나 말을 해도 ‘어? 이건 내가 할 말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새벽이의 모습이 나올 때가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새벽이를 떠나보내기가 쉽지 않았어요. 저는 나름 노력했던 것 같아요. 새벽이를 촬영하면서 행복하기도 했지만 고통스럽기도 했거든요. 새벽이가 겪는 일들이 쉽지 않은 일들이니까요. 그래서 딱 촬영 끝나고 새벽이를 놓아주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고요. 그 잔 감정들이 사라지는데 한 달 정도 걸린 것 같아요.
Editor: 정말 많은 분이 새벽과 지영 (이유미 역)의 장면을 사랑하고 아직도 좋아해 주시고 계세요! 유미 님과의 작업은 어떠셨나요?
Hoyeon Jung: 현장에서도 합이 진짜 좋았어요! 유미라는 친구는 이 Industry(연예계)에 저보다 오래 있었어요, We called ‘선배님’. 선배님이라고 불러요. 한국에서는. 저한테는 동갑이지만 선배님이었는데 처음 만난 순간부터 대화도 잘해줬고 제 고민도 정말 잘 들어줬어요! 연기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누면서 작품 촬영을 했어요.
그래서 그 씬(유미와 함께 촬영한)을 엄청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팬 분들도 너무 좋아해 주시고 그 케미를 사랑해주셔서 너무 놀랍고, 감사했어요. 진짜 소름이 끼치는 순간이었어요.
그 씬을 준비하면서 둘이 부담을 많이 느꼈거든요. 그 부담감을 잘 이겨냈고, 결과물이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이 많이 사랑해주셔서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어요.
Editor: 모델경력프로필)이 엄청 화려하세요! 모델하면서 배웠던 스킬들이 연기에도 적용되었나요? 저는 모델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 제가 봐왔던 바로는 모델로서 가장 큰 무기는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모델하면 떠오르는 ‘예쁜 사람’이라는 외모적인 부분에서 벗어나 성공한 모델로서 노력하는 게 있을까요?
Hoyeon Jung: 모델이나 배우나 모두 사람들에게 평가받는 직업이긴 해요. 항상 관객들이 있거나, 구독자분들이 계시는데. 항상 평가받는 직업이다 보니, 카메라 앞에 서면 제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모두 노출된 기분이 들긴 해요. 그래서 항상 긴장을 놓치지 않고 있어요.
모델 일도 지금 11년 정도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카메라 앞에서는 떨려요. 다만, 모델 일을 할 때는 떨림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웠는데, 배우라는 직업에서는 아직 그 떨림을 조절하는게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제가 딱히 예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사실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너무 감사하지만 ‘어? 내가 어디가 예쁘지?’라는 생각 정도가 들어요. 그래서 저는 외적인 부분 보다는, 직업적인. 나 자신을 스스로 증명하는 데 더 노력하는 것 같아요.
Editor: 블랙핑크 제니가 촬영장을 방문했다는 훈훈한 소식을 들었어요! 말그대로 ‘세계를 장악 중인 한류의 선두’에 선 두 여성의 우정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두 분은 어떤 면에서 가장 비슷하고 어떤 점에서 가장 다른가요?
Hoyeon Jung: 개인적으로 제니는 저보다 나이가 어린데도 불구하고, 엄청 단단한 친구라고 느꼈어요. 많은 것들을 매우 차분하고 단단하게 해나가는 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가장 비슷한 점은, 많은 사람 앞에서 보여주는 직업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그런대서 오는 외로움과 기쁨? 같은 것들을 공유를 많이 하고 있어요. 다른 점은 남들에게 우리를 표현하는 방법이 그 친구는 노래고, 저는 연기인 부분인 것 같아요.
Editor: 와! 벌써 30분이 지났어요. 마지막으로, 정호연이 새벽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Hoyeon Jung: I would say, you did good. Well done. She’s been struggling all her life, for her family, and she tried really hard. I think she did her best. Well done.
오징어 게임 새벽이를 통해 보여준 더 멋진 나, 정호연. 그녀는 사랑받기에, 충분한 사람이었다.
모델과 배우를 넘나들며 발전해 나가는 그녀의 모습은 2021년 가장 핫한 여배우가 왜 ‘정호연’인지 알 수 있었다.
인터뷰 시간 동안 정호연은 열정이 가득했으며, 모든 것에 최선이었다.
그녀는 이제, 새벽을 지나 더 멋진 정호연이 되었음이 틀림없다.
편집자 주
Credit
Netflix Korea @이지수 @조현준
NewYork Magazine, Vulture @K-Ci Williams
REELS Corporation @유태온 @윤유진 @최대진
Thank you, Hoyeon Jung! via Instagram
한국어으로 진행된 인터뷰로 Vulture에 업로드된 통역본은 통역가와 에디터의 견해에 따라 본지 편집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해당 인터뷰 내용 중 일부는 프레스릴즈에서만 공개되는 익스클루시브 컨텐츠입니다.